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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내(박지원)가 18세 때 우울증으로 고생할 무렵, 유능하지만 평생 벼슬을 하지 못 한 재치 있고 입담 좋은 민 옹(민유신,민 영감)을 만나 즐거웠던 한때를 추억하는 이야기.

<작가>

박지원 1737 ~ 1805
영,정조 때의 문신, 학자. 본관은 반남, 자는 중미, 호는 연암. 이용후생학을 추구한 실학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 및 언행일치를 이룬 참된 양반.
작품: <열하일기>, <연암집>

<줄거리>

남양 사람 민유신은 '이인좌의 난'에 출전하여 '첨사'벼슬을 얻었다. 그러나 집에 와서는 끝내 벼슬하지 않았다. 민 옹은 어릴 때부터 매우 영민하였다. 특히, 옛사람들의 기절(奇節)과 위적(偉蹟)을 사모했다. 7세부터 70세에 이르기까지 고인들의 업적을 벽에다 쓰고 분발하였으나 아무런 일도 이루지 못한다.

나(박지원)는 18세에 병으로 오랫동안 힘들었다. 노래, 글씨, 그림 등을 가까이했지만 깊은 우울증은 고치기 힘들었다. 마침 괴짜에 입담이 좋은 민 옹을 추천하는 이가 있어서 나는 민 옹을 집으로 초대했다. 민 옹은 들어오자마자 성난 얼굴로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들을 꾸짖었다. 음악은 즐거워야 하는데 화난 모습으로 연주를 하니 즐겁지 않다는 이유였다.
나는 악공들을 돌려보내고 민 옹을 맞이했다. 그때 민 옹의 나이는 73세였다. 민 옹은 내게 아픈 곳을 묻더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니 전보다 상태가 나아졌다.

또한 재치 있는 입담으로 나를 웃기기도 하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으로 잃어버린 나의 식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밤이 되자 민 옹은 내게 '책 외우기' 내기를 제안했다. 나는 민 옹 보다 젊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고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민 옹은 책을 다 외었다며 자꾸 나를 재촉했다. 나는 놀라서 허겁지겁 책을 외우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물어보니 민 옹은 처음부터 글을 외우지 않았다고 한다. 민 옹의 재치로 내 오랜 불면증과 우울감이 치료되었다.

어느 날 민 옹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손님이 민 옹을 골탕 먹이려고 '귀신을 보았냐'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민 옹은 등잔불 밑의 손님을 가리키며 '어둠을 좋아하는 게 귀신'이라 말한다. '신선을 보았소?'라는 질문에는 '가난한 사람은 세상을 싫어하니 곧 신선'이라 대답한다. '나이 많은 사람을 보았냐?'라는 질문엔 '글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이라 답한다. 가장 훌륭한 맛은 염전의 소금 맛이고, 불사의 약은 '밥'이라 말한다.

민 영감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지만, 끝내 아무도 그를 골탕 먹이지 못했다.
누군가 '해서 지방에 황충(蝗蟲)이 돌아 황충 잡기를 한다.'는 말을 했다. 이에 민 옹은 '양반들 이야말로 농사를 해치고 곡식을 짓밟는 진정한 황충'이라 말한다. 민 영감의 말은 지루하지만, 끝에 가서는 모두 이치에 맞았다. 게다가 속속들이 풍자를 머금었으니, 능히 변사(辯士)라고 할 만하였다

그 이듬해에 민 영감이 세상을 떠났다. 민 옹은 <주역>에 밝고 <노자>를 즐겨 읽으며, 그가 보지 않은 글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의 두 아들은 모두 무과에 올랐지만, 아직 벼슬하지 못했다.
나는 올 가을에 병이 다시 나빠졌다. 이제는 민 영감도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그를 추모하며 나는 <민옹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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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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