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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가난한 선비, 유영이 수성 궁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서 안평대군의 궁녀인 운영과 그의 연인, 김 진사를 만나 그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전해 들은 이야기.

 

 

작자미상

 

줄거리

 

수성 궁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옛집으로, 경치가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다. 수많은 묵객들이 수성 궁에서 꽃놀이를 하며 풍류를 즐겼다. 가난한 선비인 '유영'은 수성 궁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가지 못했다. 하지만 봄이 절정을 이루고 마음도 울적하자, 하루는 초라한 의복에 술병을 들고 혼자서 궁궐로 들어섰다.

그러나 수성 궁 안은 전쟁(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유영은 폐허가 된 궁궐을 보며 시를 읊고 술을 마시다 깜빡 잠이 들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한 소년과 아름다운 여인이 유영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유영과 함께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노래는 불렀다. 여인은 울면서 자신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유영에게 들려주었다. 소년은 열네 살에 진사에 합격한 '김 진사'였고, 여인은 안평대군의 궁녀인 '운영'이었다.

 

 

세종대왕의 아들 중 가장 총명했던 안평대군은 열세 살에 궁을 나와 수성 궁에서 살았다. 대군은 시와 문장에 매우 뛰어났는데, 그는 수성 궁에 당대의 문장가들을 초대해 밤낮으로 독서를 하고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 또, 대군은 궁녀 중에서 나이가 어리고 용모가 아름다운 열 사람을 뽑아 글을 가르치고 시를 짓게 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운영이었다. 하지만 대군은 궁녀들을 절대 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한 궁 밖을 나갈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느 날, 안평대군이 궁녀들을 불러 시를 짓게 했다. 모두 아름다운 시를 지어 대군에게 칭찬을 받았지만, 유독 운영의 시에는 님을 그리는 애절함이 가득했다. 대군은, 시에는 지은이의 마음이 표현된다며 운영에게 그리운 님의 정체를 추궁했다. 운영은 안평대군의 의심이 두려워 목을 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대군은 그 모습에 운영을 더 이상 탓하지 않았다.

 

 

절친인 자란은 운영을 걱정하며, 사랑하는 님이 누군지 물었다. 그러자 운영은 자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모조리 이야기했다. 운영은 지난 가을, 수성 궁을 방문했던 김 진사를 사랑하고 있었다. 김 진사는 문장이 뛰어나 안평대군의 부름으로 수성 궁에 종종 오는 젊은 선비였다. 궁녀들을 절대 문인들 앞에 내놓지 않던 대군은, 그날 어린 김 진사 앞에 궁녀들을 불러 김 진사가 시를 짓는데 도움을 주도록 했다.

 

운영은 김 진사 옆에서 먹을 갈아주며 그에게 반해버렸다. 열일곱 살, 그녀가 제 또래의 남자를 본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그 후, 운영은 김 진사가 다시 수성 궁에 오던 날 자신이 쓴 시를 은밀히 전했다. 운영의 마음을 안 김 진사는 수성 궁에 드나드는 무녀를 통해 운영에게 답장을 전했다. 하지만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둘은 결국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어느 날, 안평 대군은 열 명의 궁녀 중 운영을 포함한 다섯 명을 서궁으로 옮겨 지내게 했다. 운영은 김 진사에게 답장을 전할 길이 없어 애를 태웠다. 그런데 한가위 무렵 궁 밖으로 빨래를 하러 나갈 일이 생겼다. 이때 운영은 자란의 도움으로 무녀의 집에서 김 진사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짧은 만남 후, 운영은 김 진사와 서궁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수성 궁의 담은 너무 높아서 김 진사는 운영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시름시름 말라가는 김 진사를 본 종, ‘특’은 김 진사에게 접을 수 있는 사다리와 털버선을 만들어 주었다. 김 진사는 사다리와 버선 덕에 수성 궁의 담을 넘어 밤마다 운영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눈 위에 난 김 진사의 발자국으로 인해, 궁 안으로 사내가 드나든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 진사의 걱정에, 특은 이번 기회에 운영을 아예 궁에서 빼내오라고 부추겼다. 김 진사가 운영의 의견을 묻자, 운영도 동의하며 자신의 많은 재물을 김 진사를 통해 밤마다 빼냈다. 특은 운영의 재물을 산에다 묻고 자신이 친구들과 지킨다며 김 진사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특은 천성이 나쁜 인물로 운영이 궁에서 나오면 산으로 유인하여 김 진사를 죽이고 운영과 그녀의 재물을 차지할 속셈이었다.

 

한편 운영은 궁에서 나갈 계획을 자란에게 말하지만, 자란은 운영의 계획을 반대한다. 몰래 도망치는 것은 부모와 벗들에게 민폐를 끼치므로 나중에 병에 걸린 척, 자연스럽게 궁을 나가라고 조언했다. 며칠 후, 안평 대군은 다시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했다. 운영의 시에서 또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이자, 대군은 그리운 임이 김 진사냐고 추궁했고 운영은 괴로워했다. 결국, 운영은 김 진사에게 이별을 고했고 김 진사는 큰 슬픔에 빠졌다.

 

 

특은 운영이 궁을 빠져나올 수 없음을 알고, 김 진사에게 강도를 만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특의 행동이 이상했던 김 진사는 그의 집을 급습했고, 그 결과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 김 진사는 화가 났지만, 자신과 운영의 일을 염려해 관아에 고발도 하지 못했다. 김 진사의 급습에 화가 난 특은 운영과 김 진사의 연애사실을 소문냈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마침내 안평 대군의 귀에도 들어갔다.

 

안평대군은 수성 궁의 궁녀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이에, 자란과 궁녀들은 운영을 감싸며 자신들이 운영대신 벌을 받겠다며 목 놓아 울었다. 궁녀들의 태도에 노기가 한풀 꺾인 대군은 궁녀들을 풀어주고 운영만 따로 감금했다. 다른 궁녀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었던 운영은 결국 목을 매고 자결했다.

 

 

수성 궁 앞에서 김 진사는 운영의 죽음을 알고 혼절을 했다. 병석에 누운 김 진사는 운영의 금팔찌를 팔아 공양미 40석을 마련하여 재를 지내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아파 불공을 드릴 수 없던 김 진사는, 자기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특에게 고심 끝에 운영의 불공을 부탁했다.

 

하지만, 특은 공양미조차 가로챘고 운영의 재도 제대로 지내지 않았다. 특의 불량한 태도에 스님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특은 마지못해 목욕을 하고 기도를 했다. 그러나 특은 김 진사는 빨리 죽고, 운영은 다시 살아나 자기와 맺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진사를 분노하며 목욕재계를 하고 다시 불공을 드렸다. 김 진사가 불공을 드린 지 일주일 만에 특은 우물에 빠져 죽었다. 며칠 뒤, 김 진사도 곡기를 끊고 죽고 말았다.

 

 

사실, 운영과 김 진사는 천상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옥황상제 몰래 천도복숭아를 먹은 벌로 인간계로 떨어져 고난을 겪었다. 옥황상제의 용서로 천상으로 올라가기 전, 수성 궁에 잠시 왔다가 유영을 만난 것이다. 김 진사와 운영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전해달라며 천상으로 올라갔다.

잠이 깬 유영의 눈앞에는 책이 한 권 놓여있었는데, 바로 김 진사가 쓴 책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유영은 종종 책을 꺼내 보고,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다 생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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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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