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 도시빈민 소요사태로 전과자가 된 권 씨가 아내의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홉 켤레의 구두를 남기고 사라진 사건.
<작가>
윤흥길 1942 ~
소설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산업화와 소외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음.
작품: <장마>,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완장>, <창백한 중년>
<줄거리>
교사인 '나(오 선생)'는 무리를 해서 성남의 고급 주택가에 집을 장만하고 문간방에 세를 놓았다. 이곳에 '권기용' 씨 가족이 이사를 온다. 권 씨는 입주 예정일보다 일찍 이불 짐을 지고 나타났다. 약속과 달리 그는 전세금도 반만 냈고, 그의 아내는 셋째를 임신 중이었다. 게다가 나(오 선생)는 이 순경으로부터 권 씨를 감시해 달라는 부탁까지 받는다. 권 씨는 궁색한 살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고급 구두가 여러 켤레 있었다. 그는 날마다 구두를 광나게 닦으며 유독 신경을 많이 썼다. 내 아내는 얼마 전까지 세입자였던 처지를 잊고, 어느덧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아내는 계약 당시, 아이가 둘이라던 권 씨 부인의 부른 배를 보고 속았다며 투덜거렸다. 또한, 권 씨네 아이들이 콘돔 풍선을 가지고 노는 것도 못마땅해했다.
이사 오기 전, 우리는 단대리 시장 근처 20평 균일 주택에 세 들어 살았다. 그 집주인이 선생에게 문간방을 세 주었다고 소문을 내자,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유별나게 대했다. 선생 네는 무슨 반찬을 먹고, 선생의 아내는 얼굴에 무얼 바르는지 궁금한 동네 여자들이 수시로 집안을 기웃거렸다. 우리 부부는 가난한 이웃들이 '선생 댁'에 대한 동경과 지나친 관심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내가 단대리를 떠나고자 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 동준이가 쿠키에 침을 묻혀 던지며, 동네 아이들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행동은 내게 '찰스 램'과 '찰스 디킨스'를 생각나게 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유년시절과 빈민에 대한 연민을 문학으로 표현한 점'이다. 하지만 찰스 램이 평생 언행일치의 삶을 산 반면, 디킨스는 풍족해지자 구걸하는 아이들을 쫓아버렸다. 나는 램의 편에 서고 싶지만, 디킨스를 비난할 만큼 떳떳하지도 못했다. 학창 시절, 나는 부자는 경멸해도, 빈자는 절대로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나와 내 친구들은 물질적 풍요를 동경했고, 어린 껌팔이들을 귀찮아했다. 램과 디킨스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던 나는, 결국 무리를 해서 성남의 고급 주택가로 이사를 온 것이다.
어느 날, 나는 가정 방문 도중 공사장에서 일하는 권 씨를 우연히 보았다. 그날 밤, 술에 취한 권 씨는 정부 정책에 반해 전과자가 된 과거를 내게 털어놓았다. 출판사 직원인 그는 '성남의 택지 개발'이 시작될 때, 철거민의 권리를 사서 성남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 후, 보름 안으로 집을 지으라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권 씨는 간신히 마련한 돈으로 손수 집을 지었다. 그런데 또 보름 안에 토지세와 토지 취득세까지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든다.
이에 격분한 철거 이주민들은 반 정부투쟁을 벌인다. 권 씨는 몰래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다 걸려 농성에 억지로 합류한다. 그때 진흙탕에 떨어진 한 트럭의 참외를, 시위 주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주워 먹는 모습을 본 권 씨는 충격을 받는다. 며칠 뒤, 권 씨는 자신이 각목을 들고 시위를 주동하는 사진을 갖고 온 경찰에게 체포된다.
어느 날, 출산이 임박한 권 씨 아내가 산부인과에 입원하자 권 씨는 나에게 수술비를 빌려달라고 한다. 내가 거절하자 권씨는 '이래 봬도 나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며 자존심 상해했다. 나는 전세 보증금을 생각하고, 동료들에게 돈을 빌려 권 씨 아내의 수술비를 대납한다. 권 씨의 아내는 순산을 하지만, 권 씨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 집에 '복면강도'가 들었다. 나는 눈을 보고 그 강도가 권 씨임을 바로 알아챘다. 권 씨는 자신이 강도라는 것을 잊고, 문간방으로 가려했다. 내가 대문의 방향을 일러주자, 강도는 다시 돌아와 '이래 봬도 나 대학 나온 사람이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권 씨는 이후 행방불명이 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권 씨는 아내의 병원에도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방 안에서, 사열된 병정처럼 가지런한 '아홉 켤레의 구두'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권 씨의 행방불명을 알리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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