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 대학생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오해로, 천국과 지옥의 감정을 느낀 아네모네 마담 영숙.
<작가>
주요섭 1902 ~ 1972
소설가. 초기에는 빈궁 문학 작품을 주로 썼으나, 이후 서정성이 짙은 작품을 썼다.
작품: <추운 밤>, <사랑손님과 어머니>, <입을 열어 말하라>, <세 죽음>
줄거리
티룸(다방) '아네모네'의 마담인 '영숙'이가 귀걸이를 달고 나오자 손님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누구는 귀부인 같다고 하고, 누구는 귀걸이가 곱다며 뺨을 슬쩍 만지기도 했다.
영숙이가 귀걸이로 멋을 낸 건, 한 손님 때문이다. '그'는 창백한 얼굴의 전문학교 남학생이다. 그 학생이 나타나자, 영숙은 얼른 화장을 고치고 한 번 더 귀걸이를 점검했다. 학생은 언제나 갈망하는 모습으로 영숙이를 바라보았다.
영숙이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 달 전 보이(남자 사환)를 통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신청을 받은 뒤부터였다. 보이는 하얀 쪽지를 영숙에게 전해 주며, 다방 한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대학생을 가리켰다. 남학생은 영숙이를 마치 사랑하는 애인을 보듯,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영숙이는 그 대학생에게 보이를 통하여 서너 번 더 쪽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오직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이 문구 하나뿐이었다. 학생은 매일 다방의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아 오직 영숙이만 바라보았다. 애정과 욕망이 가득 찬 눈이었다. 남자들의 실없는 농담이나 은근슬쩍 손목을 잡힐 때에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영숙이었다. 그러나 이 말없는 시선 앞에서는 온몸이 수줍음으로 휩싸였다.
영숙은 그 학생이자기를사랑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고백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요즘에 '미완성 교향곡'이 나오기만 하면, 아예 머리를 파묻고 엎드렸다. 영숙은 그의 말 못 할 고민이 마치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영숙은 점점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남학생과 말할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자줏빛 귀걸이를 하고 나선 것이었다. 귀걸이를 하는 것은 조선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 해도 그 귀걸이에 대해 한 마디쯤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숙은 '미완성 교향곡' 소리판(음반)을 들고, 재즈 음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남학생은 오자마자 머리를 파묻고 엎드려 있었다. 함께 온 학생은 담배를 물고 앉아 옆 친구를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재즈가 그치자 영숙은 '미완성 교향곡'을 틀었다. 귀걸이를 한 영숙은 남학생이 자기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 얼굴을 상상했다. 그런데 남학생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카운터로 뛰어와 미완성 교향곡의 음반을 깨뜨렸다. 놀란 영숙에게 그의 친구가 사과하며,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남학생은 교수의 부인을 사랑했다. 그들의 사랑은 기성 윤리에 반하는 행동이어서, 절대 내색할 수가 없었다. 세상은 기생 질은 묵인하면서도,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로 둘의 순결한 사랑은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부인은 중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지만, 그는 문병조차 제대로 갈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학생은 아네모네 다방에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들으며 자신의 불행을 삭였다. 그는 그녀를 모나리자로 불렀는데, 우연히도 아네모네 다방에 모나리자 그림이 있었다. 남학생이 영숙을 애달프게 바라본 이유는, 바로 영숙이 뒤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그 부인이 죽었고, 남학생은 찢어지는 가슴으로 다방에 왔다. 그 순간 미완성 교향곡이 울리자, 발작을 일으킨 것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영숙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졌다.
이튿날, '아네모네 다방'에는 예전처럼 미완성 교향곡이 아닌, '재즈'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담의 그 아름다운 귀걸이도 사라졌다. 사람들이 귀걸이에 대해 묻자, 영숙은 말없이 슬픈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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