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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유명화가가 된 백선규와 판사 아내가 된 한 여자의 어린 시절 사생대회 '장원'에 얽힌 비밀.

 

작가

 

성석제 1960 ~
소설가, 시인. 해학과 풍자, 과장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 내는 작품을 주로 썼다.
작품: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줄거리

 

'0'의 서술자인 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백선규'이다. 내 그림은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난 내 재능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어린 시절,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나는 절대 화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은 내 탓이 아니었다.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닮아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아버지는 미대에 합격했지만,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꿈을 포기하고 농부가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인 천수기 선생님은 아버지와 동창이었다. 천 선생님은 내가 아버지처럼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믿고, 나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3학년인 나는 4학년 이상만 나가는 사생대회에 다른 학생 이름으로 나가 장원을 했다. 천 선생님은 술병을 들고 와서 아버지에게 나의 재능을 칭찬했다. 1년 후, 4학년이 된 나는 다시 사생대회에 나가 장원을 한다.

 

 

한편, 1의 서술자인 나는 판사의 아내로 미술 애호가이다. 화랑을 도는 것이 취미인 나는 '고갱과 고흐'라는 카페에서 백선규 화가의 그림을 보았다. 한국의 대표 화가인 백선규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와 나는 어린 시절, 한 사생대회에서 얽힌 인연이 있다.

재재소 집 고명딸인 나는 어릴 때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배웠다. 나는 미술 과외를 받아서 그림을 잘 그릴 줄 알았다. 어느 날 사생대회에서 그림을 그리던 나는, 내 뒤에서 가난하고 꾀죄죄한 남자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았다. 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이미 밑그림이 완성된 상태라 그냥 그림을 그렸다.

 

 

0의 서술자인 나는 사생대회가 끝나고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나는 원래 축구를 좋아했지만, 그날은 축구보다 미술 심사에 더 관심이 갔다. 미술 심사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는 지도교사로부터 장원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지도교사에게 안겨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그렇게 목이 죄는 듯한 느낌은 그때가 유일했다. 교장 선생님은 장원을 한 나를 무척 칭찬했고, 그해 학예대회 입상작을 강당에서 전시했다.

 

나는 마지막 날 강당에 갔다. 강당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강당에 전시된 장원 작품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나는 몹시 놀랐지만, 그림 속에 칠해진 회색은 내게 없는 색깔이었다. 그림의 뒷면에는 내 번호인 124번이 적혀 있었다. 나는 선생님께 가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때 강당 안으로 한 여학생이 내 곁을 스쳐갔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녀는 내 앞에서 그림을 그린 여학생이었다. 장원을 한 그 작품은 바로 그녀가 그린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끊임없 나를 의심하면서 작품마다 내 능력 이상을 쏟아부었다.

 

 

한편, 1의 서술자인 나는 평생 상을 받아본 일이 없었다. 나는 부족함 없이 살아서 상에 연연하지 않았다. 나는 유복하게 자라서 판사인 남편을 만나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상을 못 받았지만, 내가 타고난 삶 자체가 상이라고 생각한다. 딱 한 번, 사생대회에서 상을 탈 일이 있었지만 내 실수 때문이라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때 강당에서 스쳐가던 그 아이의 너절한 인상 때문에, 나는 잘못을 바로 잡는 게 귀찮았다. 상을 타지 않아도 나는 행복했고,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가 싫었다.

거리에서 나는 생각에 잠긴 채, 걸어가는 백선규를 보았다.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해볼까 했지만 그만 두었다. 그와 나는 가는 길이 다르기에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고, 저 사람은 그림을 열심히 그리면 그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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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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