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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징용으로 끌려가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아들의 2대에 걸친 수난.

<작가>

하근찬 1931 ~ 2007
소설가. 당대의 풍속을 꼼꼼하게 되살려내는 정통 소설 미학과 문체에 충실한 작가. 민중들이 험난한 역사의 격랑에 휩쓸려 당하는 고난을 주로 다루었다.
작품: <수난이대>, <붉은 언덕>, <왕릉과 주둔군>, <야호>, <일본도>

줄거리

'만도'는 3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전쟁터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몹시 마음이 설렌다.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이 약간 걸리기는 했지만, 설마 자기 같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만도는 한쪽 팔이 없었다. 그는 용머리 재를 단숨에 넘어, 외나무다리에 이르렀다. 그러자 술에 취해 용머리 다리에서 물에 빠져 고생한 일이 생각났다. 옷을 널어 말리느라 추위에 떨면서도, 흉한 자기 몸을 누가 볼까 두려워 물속에 숨었던 만도였다.
만도는 역으로 가는 길에 진수에게 구어 줄 고등어도 한 손 샀다. 그러고도 진수가 도착할 기차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아들을 기다리며, 만도는 궐련을 한 대 피웠다. 지금으로부터 12, 3년 전, 만도도 이곳 정류장에 서 있었다.

만도는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일제에게 강제 징용을 끌려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남양 군도의 한 섬이었다. 경치가 아름답던 그 섬에서 만도를 기다린 것은, 지독한 더위와 무시무시한 노역이었다. 그곳에서 만도는 비행장 닦는 일에 동원되었다. 농사일로 잔뼈가 굵은 만도였지만, 그에게도 노역은 힘이 들었다. 물도 맞지 않고, 식사도 불량했고, 전염병까지 돌았다. 일하다가도 쓰러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만도는 묵묵하게 힘든 일을 견뎌냈다.

비행장이 완성되자, 산허리에 굴을 파는 일이 주어졌다. 어느 날,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만도가 불을 붙이는 차례였다. 그날따라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아 네 차례나 불을 댕겨야 했다. 간신히 불을 붙이고, 동굴을 나가려는 순간 연합군의 잇단 공습이 시작되었다. 만도는 당황해서 다시 동굴로 들어가 엎드렸다. 그 순간 다이너마이트가 터졌고, 임자 없는 허연 팔뚝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렸다. 기차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아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만도가 초조한 마음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자, 뒤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뒤돌아선 만도는 진수의 모습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수의 한쪽 다리가 없었다. 만도는 눈앞이 아찔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만도는 뒤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앞서 걸었다. 주막에 이르자 만도는 막걸리 세 잔을 연거푸 들이키며 속 타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리고 진수에게는 국수를 먹인다.

주막을 나선 만도는 이번엔 진수를 앞세우고 길을 걷는다. 진수는 전쟁 중 수류탄 파편에 맞아 다리를 잃었다고 했다. 진수가 다리 없이 어떻게 살까 걱정을 하자, 만도는 팔 없이도 잘 살았다며 진수를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자, 만도는 진수를 향해 등을 돌리며 업히라고 했다. 아버지의 재촉에 못 이겨, 고등어와 지팡이를 쥔 진수는 아버지의 등에 업혔다. 한쪽 팔이 없는 만도가 다리가 하나뿐인 진수를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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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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