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자미상] 배 비장전 줄거리

작품 소개 : 제주 기생, 애랑에게 홀려 체통도 잃고 망신살이 제대로 뻗친 배 비장 이야기.

<작자미상>

<줄거리>

'배 비장'은 제주목사로 부임하는 '김경'을 따라 제주도에 도착한다. 한양을 떠날 때 배 비장의 아내는 배 비장이 주색에 빠질까 봐 걱정을 했다. 그러자 그는 제주도에 가서 절대로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고 아내와 굳게 약속을 한다.

배 비장은 제주도에 도착하자 멀리서 기생 '애랑'과 정 비장의 눈꼴신 이별 장면을 보게 된다. 애랑은 정 비장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구실을 만들어서 정 비장의 모든 것을 요구한다. 쌀부터 시작하여 정 비장의 두루마기와 상투머리, 심지어 정 비장이 차고 있는 칼까지 정절을 지킨다는 구실로 요구했다. 게다가 이별의 정표로 정 비장의 앞니까지 요구하자, 정 비장은 눈물을 머금고 이빨을 뽑아주었다.
배 비장은 정 비장을 비웃으며 절대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방자가 이를 반박하자, 배 비장은 자기가 애랑에게 한 눈을 팔면 방자에게 자신의 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제주 목사는 신임 목사 환영회에 배 비장이 참석하지 않자, 배 비장을 골려 줄 생각을 한다. 목사가 기생들에게 배 비장을 유혹하도록 지시하자 애랑이 자원을 했다. '배 비장 골탕먹이기 작전'을 위해 제주 목사는 각 비장들과 한라산으로 봄꽃놀이를 간다. 각 비장들은 기생들과 즐겁게 놀았지만, 배 비장은 기생들을 멀리하고 고고한 척, 혼자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배 비장의 눈에 웬 여인이 숲 속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의 요염한 모습에 배 비장은 그만 홀딱 반해 버렸다. 그녀는 바로 기생 애랑이었다.

배 비장은 방자를 통해 애랑과 만날 약속을 잡는다. 배 비장은 기쁜 마음에 비단옷을 차려입었다. 그러나 방자는 유부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므로, 눈에 띄지 않게 한라산 매 사냥꾼처럼 개가죽 옷을 입으라고 권했다. 배 비장은 개가죽 옷을 입고, 한밤 중 담 구멍을 통해 애랑의 집에 들어갔다. 애랑과 정을 나눈 배 비장이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갑자기 애랑의 전 남편이 들이닥쳤다. 애랑과 방자는 둘이 짜고 방자가 전 남편 역할을 했다. 급한 마음에 배 비장은 알몸으로 자루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전 남편 역을 하던 방자는 일부러 배 비장이 들어간 자루를 가리키며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애랑은 거문고라고 둘러댔다. 방자가 배 비장이 들어간 자루를 여기저기 찌르자, 배 비장은 거문고 소리를 냈다.

방자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배 비장은 자루에서 나와 피나무 궤짝 속으로 다시 숨는다. 돌아온 방자는 이번에는 배 비장이 숨은 궤짝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을 했다. 결국, 궤짝을 바다에 버린다며 방자는 궤짝을 관청의 앞마당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궤짝이 바다 위에 있는 것처럼 뱃노래를 부르고, 배 비장이 들어있는 궤짝을 마구 흔들었다.
배 비장은 꼼짝없이 바다에 빠져 죽는 줄 알고 불안에 떨었다. 그러자 누군가 배 비장을 구해주는 척하며 '소금물이 짜니 눈을 감고 나오라'라고 했다. 배 비장은 눈을 감고 알몸으로 궤짝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다가 그만 댓돌에 부딪치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주변엔 제주 목사를 비롯한 각 비장들과 기생들, 노비들이 배 비장을 보고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