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로시 파커] 전화 줄거리

 

< 작가 >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1893 ~ 1967

미국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 비평가.

그녀의 단편과 시는 모두 인간이 처한 상황을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보는 관점이 특징이다.

작품 : <멋대로 해라>, <황혼의 총잡이>, <죽음과 세금>, <금발의 여인>

 

< 한 줄 요약 >

 

좋아하는 남자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의 불안하고 조급한 심경.

 

< 줄거리 >

 

이렇게 간절히 애원합니다. 하느님, 그로 하여금 제게 전화하도록 해 주세요.

나의 하느님, 당장 그이가 저를 찾도록 해 주세요.

다른 건 더 이상 바라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그저, 그 사람이 지금 전화만 하게 해 주세요. 하느님, 제발, 제발, 제발.

 

그래, 5씩 500까지 세면, 전화벨이 울릴지도 몰라.

300까지 셌을 때 벨이 울려도 멈추지 않을 거야.

500을 다 셀 때까지는 전화를 받지 말아야 해.

5, 10, 15, 20. 25, 30, 35, 40, 45, 50.... 아! 제발 울리렴! 제발.

 

 

 "5시에 전화할게, 자기."

그때 그 사람이 분명히 '자기'라고 했어. 상대방에게 자꾸 전화하면 안 되는 건데.

- 상대방에게 먼저 전화를 하게 되면, 내가 상대방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그러면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거야.

 

 

하느님, 그 사람이 내게 전화하게 해 주셔야 한다고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뭐든지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아니야, 이러면 안 돼. 한데, 전화벨은 왜 안 울리는 거지?

망할 전화기. 쓸모없는 것, 지옥에나 가.

 

아냐. 그만 두자. 전화가 오면 상냥하게 받아야지.

처음엔 나도 상냥했었어.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누구에게나 상냥한 법이잖아.

지금 저를 벌주시는 건가요, 하느님? 그럼 저를 지옥으로 보내주세요.

하지만, 당신의 지옥보다는 지금 제가 갇혀 있는 이 지옥이 더 견디기 힘들어요.

 

 

내겐 전부였기 때문에 내 마음을 모두 말해왔건만, 그래선 안 되는 거였어.

사람들은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을 싫어하는 법이잖아.

그 사람이 죽는다면, 그는 내 것이 될 텐데.

바보 같은 소리다. 곧장 전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죽기를 바라다니.

 

그 사람에게 전화하는 건 간단한 일이야.

오, 하느님. 저를 전화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 주세요. 저도 자존심은 필요해요.

오, 자존심이 다 무슨 소용이람. 그 사람과 말하고 싶어서 못 참겠는걸.

진짜 자존심은 자존심이 없는 거야.

 

 

내가 오해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

어쩌면, 그 사람이 내게 전화하라고, 5시에,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어.

뭔가 다른 걸 생각하자. 아! 책을 읽어볼까.

온갖 책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어. 젠장 할 사기꾼들 같으니.

 

책을 읽는 건 그만 두자. 그저 다른 여자였다면 맘 편히 전화로 말하겠지.

왜 난 자연스럽게도 편하게도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

오, 하느님, 제가 그 사람에게 전화하게 하지는 마세요.

제가 그 사람을 찾도록 하지 마시라고요. 제발, 제발요.

 

 

하느님, 진정 그 사람이 제게 전화하도록 해 주지 않으실 건가요?

그로 하여금 제게 전화하게 해 주세요.

제가 먼저 그 사람을 찾기 전에 말이에요. 제발요, 하느님. 제발.

5, 10, 15, 20, 25, 30,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