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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추한 외모를 가진 화공, 솔거가 소경 처녀를 그리다가 그녀를 죽이고 미쳐서 죽은 이야기.

<작가>

김동인 1900 ~ 1951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등재자. 소설가. 문학의 예술성과 독자성을 바탕으로, 근대문학의 확립에 기여했다.
작품: <광염 소나타>, <감자>, <배따라기>, <광화사>, <붉은 산>

줄거리

'여(余/나)'는 인왕산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감상에 빠진다. 여는 소나무 틈으로 보이는 샘물을 보고,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구상한다.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 밖 뽕밭 사이에 한 중년 남자가 번뇌의 얼굴을 하고 숨어 있었다. 그는 매우 추한 얼굴을 가진 화공, '솔거'였다. 질병자루 같은 코와 퉁방울 같은 눈, 나발 통 같은 입, 두꺼비 같은 얼굴! 세상의 추한 형용사는 모조리 지닌 흉한 얼굴의 주인이었다. 그래서 솔거는 철이 든 이래, 낮에 밖을 돌아다닌 일이 없었다.

그는 두 번 결혼을 했지만, 추한 외모로 인해 여인들이 첫 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다. 상처받은 솔거는 여자를 기피하다가 결국, 대면 기피증이 생겼다. 그는 그림에 정진하기 위하여 인적이 드문 숲 속, 오두막에서 혼자 살았다. 삼십 년간 금욕생활과 은둔생활로 여자에게 소모되지 못한 정력은, 머리와 손으로 뻗어와 그림에 이르렀다. 그는 종이와 비단에 수천 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린 지 이십 년쯤 되었을 때, 그는 기존의 그림과는 다른 '특별한 표정이 있는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솔거는 어머니의 표정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세상에 보기 드문 미녀였고, 그는 유복자였다. 솔거는 어머니가 아비 없는 자식을 안고,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빛나던 눈과 입가의 미소를 그려보고 싶었다.

추한 외모로 평생 혼자 살아야 했던 솔거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컸다. 솔거는 자기의 붓끝으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세상을 비웃고 싶었다. 그는 미녀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우물가며 저잣거리, 심지어 궁녀들까지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자신이 바라는 눈을 가진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가 원하는 눈빛은 애무와 동경, 사랑이 흘러넘치는 눈이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다.저녁쌀을 씻으려 시내에 간 그는 꿈에 그리던 미녀를 만난다. 시냇가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처녀의 얼굴 표정은 매우 아름다웠다. 바로, 솔거가 십여 년 간 찾아 헤매던 그 얼굴이었다. 처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이었다.

그는 눈을 뜨게 해 준다는 거짓말로 처녀를 유인하여, 자신의 오막살이로 데리고 왔다. 솔거는 '눈을 뜬다는 소리에 놀란' 처녀의 표정을 부지런히 화폭에 옮겨 그렸다. 밤늦도록 그린 그림은 눈동자를 제외하곤 완성되어 있었다. 솔거는 십 년의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무척 기뻤다. 그날 밤, 솔거는 처녀와 하룻밤을 보냈다.
솔거는 삼십 년간을 혼자 먹던 아침을 처녀와 같이 먹고, 다시 그림 앞에 앉았다. 그런데 처녀의 눈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눈은 어제의 눈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은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눈이자 애욕의 눈이었다. 소경이라 수모받던 처녀는 어젯밤 처음으로 인생의 봄을 맛보았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스물네 살의 건장한 청년이라던 솔거의 말을 그대로 믿는 처녀였다.

 

 

솔거는 애욕이 가득한 눈을 그리려고 십 년을 고민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처녀에게서 신비로운 눈빛을 끌어내기 위해 다시 용궁 이야기를 해댔다. 그러나 처녀는 본 적 없는 진주와 비취를 구별하지 못했고, 용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화가 난 솔거는 처녀의 따귀를 때렸고, 놀란 처녀는 더욱 실수를 했다. 솔거는 욕을 해대며 처녀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고, 결국 처녀는 넘어져 죽고 말았다. 그때, 처녀가 넘어지면서 벼루에서 튄 먹물 방울이 그림의 눈동자에 찍혔다. 그 눈동자는 처녀가 솔거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 보였던, 원망이 가득한 바로 그 눈빛이었다.

얼마 후, 여인의 그림을 들고 다니는 늙은 광인(미친 사람)은 수년간을 방황하다, 눈보라 치는 날 돌베개를 베고 그의 일생을 마감하였다. 광인은 죽을 때도 그 그림을 가슴에 품고 죽었다.

여(余/나)는 여기까지 이야기 구상을 마치고는 화공, 솔거를 애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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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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