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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이발소 소년 재봉이의 눈에 비친, 청계천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작가>

박태원 1909 ~ 1986
소설가. 월북 작가. 2002년 공개된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에 선정. 주로 소시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심리소설과 세태소설을 썼다.
작품: <소설가 구보 씨의 1일>, <천변 풍경>, <갑오농민전쟁>

줄거리

이발소에 들른 '민 주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늙은 얼굴에 한숨을 짓는다. 주름과 흰머리는 쉰 살인 그와 스물다섯 살인 첩을 더욱 차이 나게 했다. 그는 수시로 밤을 새우며 마작을 하느라 정력과 기운이 약해졌다. 민 주사는 정력을 위해서라면, 천 원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부자였다. 그는 이발사의 젊음을 부러워하지만,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돈 생각을 하던 민 주사는 이발소 소년과 눈이 마주치자,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했다.

그러나 이발소 소년, '재봉이'는 민 주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이발소에서 잔심부름하는 재봉이의 취미는 창밖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매일 창밖을 보고 있으면, 천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우선, 낡은 노동복을 입은 거지 둘째 대장은 매일 거지들에게 푼돈을 얻어 술을 사 먹는다. 그는 절대 동전으로 술을 사 먹지 않는다. 푼돈을 가게에서 큰돈으로 바꿔 술집에 가기 때문이다. 다음은 매부가 부회의원임을 뽐내며, 백화점에서 점심 먹는 취미를 가진 포목점의 신사이다. 그는 매우 뚱뚱하고, 그의 벌렁코는 항상 빨갛다. 중절모를 얹고 금시계를 꺼내보는 그는, 남들이 자기를 대단한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 소년은 그의 태도와 걸음걸이가 점잖을수록 속으로 더욱 우스웠다.

다시 시선을 천변 너머 맞은편으로 돌리면, 평화라는 카페가 있다. 그곳에는 '하나꼬'라는 여급과 '기미꼬'라는 여급이 있었다. 기미꼬는 늙고 무뚝뚝한 데다 못생겼다. 그러나 술을 잘 먹어 매상을 많이 올렸고, 고생을 많이 해서 손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었다.
재봉이가 고개를 돌려 한약국 집을 바라보자 젊은 부부가 같이 나왔다. 이들은 동네에서도 금슬 좋기로 유명한 '한약국 집 젊은 부부'다. 부부는 동경의 대학과 이화여대를 나온 지성인들로, 연애결혼을 했다. 동네 사람들은 신식 여자와 연애결혼을 빈정거렸지만, 그들의 금슬만큼은 인정을 했다.

재봉이는 창문 너머로 '한약국 방 주인 영감'을 보았다. 주인 영감은 벼가 천섬이나 있는 부자로 어린 재봉이의 눈에는 대단해 보였다. 이제 재봉이의 시선은 한약국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귀돌어멈'에게로 간다. 첩을 얻은 남편에게 심한 학대를 당한 그녀는 어린 자식마저 잃었다. 동네 아낙들은 그녀를 무던한 여자라고 칭찬했다.
반찬가게로 걸어가는 귀돌 어멈의 왼편에, 얼굴은 예쁘지만 행실이 단정치 못한 '곰보 미장이의 누이'가 보인다. 게다가 그녀의 언니는 서른넷의 과부인데, 동생보다 행실이 더 나쁘다. 남편이 살았을 때도 바람기가 많았던 동생을 재혼을 시켜야 하는 문제로, 그녀의 오빠는 골머리를 앓는다.

천변으로 창이 난 '신전 집주인의 작은 아들'은 의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 재능이 있어서 하모니카, 풍금, 색소폰, 바이올린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악기들은 고물상으로 팔려가고, 낡은 풍금 하나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가 연주하는 행진곡은 예전처럼 흥겹지가 않다.
창밖으로 이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재봉이의 마음에도 그들이 딱했다. 이런 갸륵한 마음도 모르고, 젊은 이발사 '김 서방'은 재봉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재봉이는 투덜거리며, 민 주사의 머리를 감기러 세면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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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루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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